오래전 그 효력이 입증된 노동이라는 특효약 - 걱정이 많다면 데일 카네기의 자기관리론
하루가 너무나 피곤한 나머지 일에서 돌아오자마자 침대에 쓰러져 자본 경험이 있는가. 씻지도, 밥을 먹지도 못한 채.
나에게 물어본다면 나의 대답은 '경험해 본 적 없다'이다. 얼마나 피곤하게 하루를 보내야 그대로 쓰러지는 것일까.
내가 너무 세상을 안일하게 사는 것일까. 너무 게으른 것일까.
위의 질문을 던진 이유는 바쁘게 지내는 것이 걱정을 잊게 만든다는 심리학 적 연구 결과라는 결론을 말하기 위함이다. 나 역시 나만의 사례를 가지고 있다. 이미 언급했듯이 엄청난 피곤은 아니었지만 말이다.
하나의 감정은 다른 감정을 밀어낸다.
글을 쓰다 보니 내 과거와 현재가 드러나고 있다. 괜히 난 신비 주의자(?)이고 싶은데 그럴 수 없어 약간 부끄럽다.
난 음악을 하던 연주자였다. 음악가였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음악가라는 것은 대가들을 가리키는 것이라고 나 스스로 학습했으니까. 하지만 연주자였다. 직장이 있었고 시에서 월급을 받았었다. 공무원 비스름한 직업이었다. 시 소속 연주자 정도라고 말할 수 있겠다. 이렇게 세세히 얘기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내 증상을 말해주기 위해서다. 아침 9 시 출근에 3시 퇴근. 하지만 보수는 역시 공무원 월급 수준이었다. 중요한 건 근무 시간이다. 물론 연주자는 짧은 시간 동안 최고의 집중력을 요구하는 약간은 특별한 직업이다. 퇴근 후에는 역시 자신의 역량 혹은 자유의지로 레슨을 한다거나 연습을 한다거나 하며 나머지 시간을 보낸다. 여기까지 읽은 사람이라면 벌써 이미 '꿀잡이네 '라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나도 역시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그렇게 10년 동안 난 불면증을 겪었다. 의사의 이유는 스트레스라더라. 누구나 스트레스는 있는 거니까.
처방전.
난 자율신경실조증으로 커피와 술은 입에 대지 못했었다. -물론 지금은 다 하고 있지만. 내 말은 커피 때문에 혹은 술 때문에 불면증이 있었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을 까봐 미리 얘기한다. 결국 쓸데없는 생각하고 걱정하다 잠을 제대로 이룰 수 없었다. 결국 의사의 처방은 수면제.
수면제.
물론 도움이 된다. 근데 다들 알다시피 좋은 약이 아니다. 의사도 처방하면서 웬만하면 드시지 마세요라고 하는 약. 내가 달라고 한 적도 없는데 굳이 주며 그런다. 그렇게 10년의 직장 생활과 걱정뒤. - 그 수많은 걱정과 고민들이 물론 날 외국생활이라는 길로 안내했지만. 모든 걸 버리고 제주에서 잠깐 살 때였다. 음악 외에는 배워 본 것이라곤 없는 내가 무작정 주방이라는 곳에서 일을 배우기 시작했다. 하루 12시간은 기본이었고 주 6일 근무였다. 하루 쉬는 시간은 내 사람과 함께 제주 곳곳을 걸어 다녔다.
완치.
수면제 따윈 필요 없었다. 결국은 몸이 피곤하지 않아 잠을 못 이루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육체적 노동이 불면증을 사라지게 해 줬단 얘기이다.
짧은 근무 시간, 편히 앉아 악보를 보며 음악을 연주, 남아도는 여유시간. 결국 우아하고 고상한 - 남들이 봤을 땐, 난 부정.- 직업이 나를 망가뜨리고 있었던 것이었다니. 난 감사했다. 그렇게라도 알게 해 주심을.
비참한 생활의 비밀은 자신이 행복한지 아닌지를 고민할 만한 여유가 있냐는 데에 있다.
- 조지 버나드 쇼
특효약.
걱정이라는 것 좀 줄여보려고 이 책을 읽었는데 고작 바쁘게 지나라는 말 뿐이라니. 이런 불평을 할 수 도 있다. 하지만 내 스스로 겪어보고 느껴 봤던 말이고 데일카네기 말로는 심리학적으로도 밝혀낸 얘기라니 믿어봐라. 이 책의 내용을 들여다보면 다가오는 또 한 가지 사실은 너무 오래된 얘기들이라 전쟁 속에서 겪었던 얘기, 가족들의 불행, 경제적 어려움 등등 내 걱정에 대해 스스로 부끄러워질 수밖에 없는 내용들이 실려 있었다. 내가 추운 겨울에 참호 속에서 얼어죽을지 아니면 총알에 맞아 죽을 지 걱정하는 것도 아니고, 돈 때문에 걱정하는 것도 아니고, 아내가 죽고 아이가 죽는 그런 슬픔을 겪은 것도 아니었다. 결국은 목에 난 종기에 대한 걱정 정도였던 것이다. 심지어 크나큰 걱정과 슬픔을 가졌던 사람들이 걱정을 떨쳐버렸던 특효약이 자신을 행동 속으로 밀어 넣고 건설적인 일들을 하며 바쁜 게 생활하며 그 생활을 유지했었다는 생생한 증언들.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저렴하고 확실한 특효약이 아닐까. 나처럼 이미 알고 있었거나 다시 걱정에 빠진다면 이 특효약을 잊지말고 적절히 사용해 보도록 하자.
나를 행동 속으로 밀어 넣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절망으로 시들어 버리고 말 것이다.
-테니슨